😊 도서관에서 권정생 작가의 책 몇 권을 뽑아왔는데, 아이의 눈에는 책이 재미없어 보였나 보다. 티니핑의 화사한 그림에 익숙해서 그런지 투박한 그림이며 제목이 와닿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엄마 까투리」는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만화랑 제목이 같으니까 호기심을 느끼며 읽어보자고 한다. 전에도 읽었었는데 잊어버린 것 같다.
산불이 났고 꽃샘바람에 산불이 번졌습니다. 엄마 까투리는 윗길, 아랫길이 모두 막혀버린 상황에서 아홉 마리의 꿩 병아리를 어찌할 줄 모르고 우왕좌왕합니다. 불길이 자신을 덮치자 본능적으로 날아오르지만 새끼 병아리들의 삑삑 거리는 소리에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 내려와 새끼들을 불러모읍니다. 그러기를 여러 차례 하다가 마침내 엄마 까투리는 새끼들을 품 안에 모아 놓고 한군데 자리잡고 앉습니다.
사흘쯤 뒤에 나무꾼 박서방 아저씨가 땔감을 모으다 우연히 불에 탄 엄마 까투리를 발견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아래서 아홉 마리 꿩 병아리가 나와 흩어져 먹이를 쪼아먹다가 다시금 엄마 까투리 아래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한 달이 지나면서 꿩 병아리들은 깃털이 돋아나고 날개도 커다랗게 자랐고 반대로 엄마 까투리는 불에 탄 몸이나마 부서져 버렸습니다.
불길이 덮쳤을 때 살려는 본능과 자식을 지키려는 본능이 한참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꿩 병아리들이 엄마의 탄 몸을 둥지 삼아 살아가는 것 역시 놀라운 신비입니다. 이것을 목격한 남자와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권정생 작가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우리들 모두 같은 지점에서 멈칫하지 않았을까요?
✔ 이 책을 읽으며 나눈 소소한 이야기
"슬프다." (아이 말이다.)
...
전에 이 책을 읽었을 때 아이는 아직 죽음에 대한 인지를 못했던 것 같아요. 그때는 이런 반응이 아니었어요. 우리 아이가 아직 직접적으로 가까이에서 죽음을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책을 통해서 '죽다'라는 단어를 조금씩 알아가면서 아이는 두려움을 느끼곤 합니다. "엄마, 죽지 마."라는 말을 종종 하고, 엄마가, 아빠가, 친구가, 누구가 죽지 않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이제 아이의 인식이 확장되어 엄마 까투리의 죽음에 슬픔을 표현합니다. 더 할 말이 없었어요. 아이가 이미 책의 내용을 다 이해하고 있으니까요.
'내 딸에게 읽어준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슈퍼 히어로의 똥 닦는 법(안영은 글, 최미란 그림, 책 읽는 곰, 초판1쇄 2018-20쇄 2024)...만5세 유아 배변 후 뒤처리, 똥 닦는 법 알려주기 (2) | 2025.04.09 |
---|---|
염소 시즈카 (다시마 세이조 지음, 고향옥 옮김, 초판1쇄 2010-개정판 2019, 보림출판사)...모성의 양면, 동물과의 교감 (2) | 2025.03.25 |
구석구석 지구 탐험 (2013, 애플비북스) (1) | 2025.02.27 |
가브리엘 코코 샤넬 (이사벨 산체스 베가라 글, 아나 알베로 그림, 2018, 도서출판 달리) (2) | 2025.02.27 |
연이와 버들 도령 (백희나, 2022, 책 읽는 곰) (0) | 2025.02.26 |